머물고 싶은 레스토랑, 무엇에 끌리는 걸까요?


레스토랑이라는 단어는 프랑스어로 그 어원은 ‘체력을 회복시키다(restaurer)’에서 왔다고 해요. 이런 어원 때문일까요. 레스토랑을 찾을 때면 먹는 공간을 넘어 소중한 사람들과의 식사를 통해 즐거운 추억을 기대하게 되죠. 하지만 때로는 기대와 다르게 식사를 통해 더 피곤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어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특별한 날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소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분위기를 원하고 있다.

특별한 날이 되면 소중한 사람들과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경험이 다들 있으시죠. 음식이 맛있으면서도 대화가 편안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을 저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이전에 맛있게 먹었던 레스토랑에 기대를 안고 갔습니다. 하지만 이전과는 사뭇 무언가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빠르게 흐르는 음악, 다소 강렬한 조명, 옆 테이블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들리면서 대화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고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온전히 즐기기 힘들었어요. 분명 맛있는 음식이 있는 멋진 공간이지만 기대했던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쉬움이 생긴다는 걸 느꼈죠. 여러분이 찾았던 공간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 최근에 갔던 레스토랑은 어땠을까?

▫︎ 왼쪽을 더 많이 체크하셨다면 아마도 공간의 소리와 분위기, 편안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셨을 가능성이 커요. 대화가 잘 되지 않고 음식 맛도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면, 다음에는 조금 더 차분하고 아늑한 공간을 선택해 보세요.

▫︎ 오른쪽을 더 많이 체크하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이 선택한 공간은 대화와 음식의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장소였을 거예요. 이런 공간에서의 추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에요.


분위기를 완성하는 요소들


특별한 식사 경험을 위해 선택하는 공간에서는 훌륭한 요리와 세심한 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조화를 잘 이룬 공간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선사하죠. 그렇다면 이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가 무엇일까요? 페터 춤토르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의 첫인상’이 곧 분위기라 말합니다. 어떤 특별한 대상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신체가 놓여있는 모든 주변적 정황이 분위기로서 다가오는 것을 의미해요.

 특히 춤토르는 재료, 빛, 소리, 그리고 공간의 배치와 같은 구체적인 요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은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을 넘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말했죠. 아래에서는 그의 관점을 바탕으로 분위기를 완성하는 네 가지 핵심 요소를 살펴보려고 해요.


                   

재료와 디테일


©아토믹스

                     

peter zumthor, 『분위기』, 23p

"세상의 여러 물질과 재료들을 모으고 혼합하여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이 건축의 가장 위대한 첫번째 비밀이다."


재료와 디테일의 조합은 단순한 장식 요소를 넘어 공간에 정체성을 부여해요. 우드나 패브릭 같은 자연스러운 텍스처는 공간에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더해줍니다. 나무 테이블은 따뜻함을, 금속 프레임은 모던한 세련미를, 부드러운 패브릭은 안락함을 전해주죠. 또한 카펫은 공간에 따뜻한 느낌을 부여하고 소리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들어요. 테이블, 쇼파, 카펫 같은 디테일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면 공간은 그 자체로 완성도를 높이고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여유를 가져다 줍니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분위기 있는 다이닝 공간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더 큰 역할을 합니다. 각 소재가 지닌 미적 요소와 기능성이 어우러져 손님들에게 단순한 식사를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요. 이 모든 요소가 공간을 더욱 세련되게 만들고 손님들에게 편안함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친밀함의 수준


©솔밤

peter zumthor, 『분위기』, 53p

"나는 실내의 형태, 텅빈 실내가 외부의 형태와 동일하지 않은 건물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실내가 여태껏 인식하지 못한 숨은 매스로 느껴지는 공간. 이런 것을 원한다. 거리와 근접성의 문제는 나로부터의 거리, 나와 건물 사이의 거리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한다."


레스토랑의 공간은 단순히 음식을 즐기는 장소를 넘어, 사람들 사이에 적절한 친밀함의 수준을 조율하는 섬세한 역할을 해요. 테이블 간의 간격과 동선 같은 요소들이 그러한 역할을 돕죠. 테이블 사이의 적당한 여유는 프라이빗하게 느낄 수 있게 돕고 부드러운 동선은 공간 전체를 하나의 연결된 경험으로 느끼게 만들어요. 이러한 배려는 손님들이 단순히 앉아 대화하는 것을 넘어, 공간 속에서 온전히 시간을 공유하도록 돕습니다. 진정으로 매력적인 공간은 사람들 사이에 친밀함을 부여하되, 각자의 고유한 순간을 존중하는 곳이에요. 시선과 대화가 부담 없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연결된 분위기 속에서 손님들은 따뜻함과 여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 그러면서도 프라이빗하고 지나치게 단절되지 않은 그 미묘한 균형이야말로 공간이 가진 매력의 본질이 아닐까요? 이처럼 섬세한 설계는 단순히 테이블을 배치하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공유된 감정을 조율하고 공간의 서사를 완성하는 과정이에요. 결국 진정한 친밀함이란 적절한 거리와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것이 아닐까요?


사물을 비추는 빛


©모수 홍콩

peter zumthor, 『분위기』, 33p

"건물을 그림자로 구성된 하나의 매스라고 생각하고 빛을 설치하면서 어둠을 제거해 나간다. 빛을 하나의 매스로 끼워 넣는다. 빛을 내는 물질들과 표면을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빛이 반사되는 방식을 본다. "


빛은 공간을 정의하는 가장 섬세한 언어입니다. 조명의 색온도와 배치는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가져다줍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조명은 공간에 아늑함을 더하고 음식을 더욱 맛있어 보이게 하며 대화가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돕죠. 또한 조명은 그림자를 통해 빛과 대비를 이뤄 공간에 깊이를 더해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나 조명을 통해 그림자가 들어간 연출은 공간을 더욱 입체감 있게 느낄 수 있어요. 조명의 디자인은 높이와 형태의 조화를 통해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해요. 천장의 은은한 빛, 테이블의 램프, 플로어 램프까지, 조명의 층위는 공간을 더 풍성하게 만들죠. 따뜻한 색감의 전구색과 중립적인 빛 감의 주백색이 적절히 어우러질 때 공간은 더욱 풍부한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섬세하게 설계된 빛은 단순히 사물을 비추는 역할을 넘어 공간에 안락함과 환대의 분위기를 더할 수 있습니다.


공간의 소리


©스와니예

peter zumthor, 『분위기』, 28p

"소리, 실내는 거대한 악기와 같다. 소리를 모으고 증폭시키고 전달한다. 이것은 각 방의 독특한 형태, 여러 마감재로 처리된 표면, 재료를 사용한 방식과 관련이 있다."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간을 완성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죠. 공간에 스며드는 소리는 분위기를 다듬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머무는 순간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부드럽게 퍼지는 소리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어주고 긴장을 풀어주는 반면, 과도한 소음은 피로감을 주고 대화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 잘 조율된 소리 환경은 단순히 소음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며 감각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 공간이 전달하는 경험을 한층 더 풍요롭게 만듭니다. 플로리다 대학교 디파얀 비스와스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의 볼륨은 음식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낮은 볼륨(55dB↓)의 음악은 손님들이 더 신중하고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돕는 반면, 높은 볼륨(70dB↑)의 음악은 긴장과 불안감을 유발해서 달거나 짠 더 강렬한 맛을 찾게 만든다는 거죠.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공간을 선택할 때, 단순히 소리는 청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식사와 같은 감각적 경험에 깊이 스며들어 우리의 선택과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소리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배경으로써 듣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일부분으로 녹아들어 사람과 공간 사이에서 우리의 감각을 풍요롭게 하는 존재입니다. 그 소리가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되었느냐에 따라 그 공간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장소를 넘어 풍성한 경험으로 우리에게로 다가옵니다. 다음에 공간을 선택하실 때, 소리가 만들어내는 보이지 않는 매력을 떠올려 보세요. 잔잔히 들려오는 음악, 적당히 조율된 음향은 단순히 머무는 것을 넘어, 그 공간을 온전히 느끼도록 도와줄 거란 걸요.


이런 공간은 어떨까요?




기억에 남을 공간의 경험을

©파크 하얏트 서울

레스토랑을 선택할 때 우리는 이제 '무엇을 먹을까'라는 고민에서 '어디에서, 어떻게 즐길까'를 함께 떠올리곤 해요. 그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감각의 경험과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에요. 세심하게 신경 쓴 재료와 디테일, 프라이버시가 잘 설계된 공간, 부드럽게 스며드는 빛, 잘 조율된 소리환경. 이런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면 그 순간은 마음속에 특별한 기억으로 자리할 거에요.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분위기를 완성하는 요소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여러분이 찾는 공간이 단순히 '아름다운 장소'를 넘어 더 많은 감각을 만족시키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공간의 여운이 여러분의 마음 속에 오랜동안 머금고 있길 기대합니다.


          

참고 문헌

▪︎peter zumthor, 『분위기』

▪︎UK university of Manchester, Food Quality and Preference

▪︎University of South Florida (USF Health), Cheeseburger or salad? How music volume impacts your decision